지루한, 나이 많은, 느려터진과 같은 느낌도 들 것이다
나에게 있어 바둑은 재미있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놀이로 와닿는다
물론 나도 바둑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게
먹고 이길 수 있는 장기는 재밌었지만
시간이 오래걸리고
똑같은 돌들을 놓기만 할뿐
눈에 보이는 승부가 없는 바둑은 관심밖이었다
그러다가 중학교땐가?
학원 같이 다니던 친구가 바둑을 배웠다는 말을 들었었다
나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장기는 잘두었기에
바둑 두었다는 친구를 바둑으로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한 것 같다
둘러싸면 따먹을 수 있고
집이 많으면 이긴다는 정도 룰 정도 알고
바둑을 두었었는데
결과는 참패였다
아마 백집 이상 차이로 졌던 것 같다
그런데 덕분에 바둑에 흥미가 생겨서
바둑학원을 방학 한달동안 다녔다
그런데 정말로 바둑은 배우면 배울 수록
더 재미있는 놀이였다
거기서 기본적인 정석과 행마법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 한두판의 바둑을 뒀었는데
꼬맹이 초등학생들이 상대였다
그렇게 바둑을 배운지 약 보름,
친구랑 다시 바둑을 뒀는데
이번엔 내가 이겼다
당시 그 친구는 바둑을 3개월 이상 배웠었는데
배운지 보름만에 이겼다며 뿌듯해했지만
사실 당시 실력은 별루였다
아버지께서 바둑을 5급 정도 두셨는데
아버지랑 돌 9개를 놓고 두어서 비슷한 정도였으니 말이다ㅋ
하지만 그 뒤 TV에서 바둑 경기를 보면
전엔 전혀 재미없던 경기가
무척 흥미진진하고 때론 감동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상당 기간 바둑과 나는 제법 떨어져있었다
아주 가끔 아버지랑 바둑을 두기도 했지만,
그건 몇달에 한번 정도였고
대학 다닐때는 홀로 서울에서 자취했기에
바둑은 전혀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다시 바둑을 접하게 된 것은
호주와 인터넷 바둑 덕분이다
호주에 워킹홀리데이가 있을때
심심하던 차에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한판 두판
바둑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시작은 14급 정도였던 것 같은데
호주에서 4개월동안 바둑이 6급까지 올랐다
그리고 최근 반년동안 시간적인 여유로 다시 바둑을 한번씩 뒀는데
항상 접바둑으로 붙었던 아버지는 넘어섰고
이제 급을 넘어 드디어 1단이 됐다
그런데 돌아보면 바둑이 한급 한급 올라갈때마다
무언가를 깨달았던 것들이 있다
1. 처음에는 그져 집 같은 것은 모르겠었고
눈에 보이는 돌을 따먹기위해 단수만 치기위해 노력하다가
축이나 장문 같은 것을 알게되었다
2. 그리고 세력과 집 중에서
무조건 집을 좋아하고 세력의 의미는 모르다가
어느 순간 그 의미와 효과도 알게 되었다
3. 또 상대가 이렇게 둬주길 바라며 수를 내려하다가
상대가 어떻게 대응할까를 생각하며 한 수 한 수를 놓게 되었다
4. 당장의 전투나 돌을 잡는데에 집중하다가
큰 것과 작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작은 상대의 공격은 무시하고 큰 곳으로 손을 옮길 수 있었다
5. 꼭 잡기 위해서 무리하게도 공격하다가
잡지 않더라도 공격하며 다른 것을 얻는 것을 배웠다
6. 어떤 돌이든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상황에 따라 그것을 내놓고 대신 더 큰 것을 얻는 법을 알았다
7. 바둑을 두고 이기고 즐기는데 그치다가
두고 난 뒤 복귀의 중요성을 깨닿게 된다
8. 돌을 놓고 고민하다가
고민하고 돌을 놓게 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느낌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건 이정도다
한편 접바둑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둑은
검은돌 하나, 흰돌 하나,
이렇게 한수 한수 똑같이 두는데
어떻게 두는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또 바둑을 모를때의
무의미하던 돌의 조합이
바둑을 알면
한수 한수 속에 내포된 의미를 알게 되고
또 어떻게 두면 좋을지도 생각하게 되는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삶도 바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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